우리나라가 고려 때까지는 전쟁도 많았고 무신이나 장군들의 활약도 컸습니다. 물론 고려사회도 문신 우대 사회였습니다. 중요한 전장에 나갈 때는 문신이 총대장이 되었거든요. 예컨대 묘청의 난이 났을 때 김부식이 총사령관이 되었듯이 고려사회도 그랬습니다만, 하여튼 고려시대는 무장들의 활약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전쟁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큰 원인은 중국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고 볼 수 있죠. 명나라니 청나라니 하는 대제국이 중국에 있으니까 변방에서 큰 전쟁이 일어날 일이 별로 없었죠. 그래서 큰 전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사회는 전세계에서 가장 독특할 정도로 문신사회를 발전시킨 ‘글의 나라’, ‘문신의 나라’로 됐습니다. 어느 나라나 봉건사회는 거의다 무장 중심의 사회입니다. 서양의 경우 영주, 기사라는 것이 무예를 습득하고 힘을 대단히 숭상하는데 일본도 그건 마찬가지죠. 그리고 중국의 경우도 꼭 문신 우위만은 아니었어요. 예컨대 총독이라고 하면 전투능력도 상당히 갖춘 사람이 되는데, 조선만은 전세계에서 특이한 역사발전을 해냈다고 할 수 있게 5백 년 동안이나 문신들이 완전히 모든 권력을 장악한 사회였어요.
하여튼 반란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완벽한 제도적 장치를 꾸몄습니다. 중앙은 중앙대로 반란이 일어날 수 없게끔 체계를 갖추었지만, 반란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방에서 일어나기 쉬운 것인데, 그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렸어요. 지방에서 반란을 제일 일으키기 쉬운 사람이 관찰사(감사)란 말이에요. 그런데 감사가 조선시대에는 한번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감사는 자기가 살던 지역에 가지를 못했어요. 자기 지역으로 가야 거기에서 자기가 알고 뜻이 맞는 사람들을 규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감사는 임기가 딱 1년이었습니다. 여러 해를 있게 되면 그 지방에서 세력을 키워버리거든요. 또 감사가 데리고 갈 수 있는 자기 호종세력도 규제를 시켜놨어요. 대개 지방의 고위관직을 가진 사람은 부인조차도 데리고 가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대신에 지방에 있는 기생들이 수청을 듣게 되어 있었던 거죠. 이렇게 해서 감사는 지방에 독자적인 세력을 가질 수 없게끔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 지역에서도 병권이 이분, 삼분되어 있었습니다. 감사에게도 병권은 있었습니다만 병사가 파견되어 있고, 또 수군이 있는 데는 수사가 중앙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사회에서는 반란다운 반란이 거의 없었어요. 이런 사회는 아주 드뭅니다. 그러니까 조선사회에서는 명장이 거의 안 나왔어요. 임진왜란 때의 이순신 장군, 만주족 곧 청이 쳐들어왔을 때의 임경업 장군 정도인데 실제로 임경업 장군은 기회가 맞지 않아서 싸움을 제대로 못했어요. 조선사회는 장군이 별로 없는 사회라고도 볼 수 있고 무장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는 반상체제가 엄격한 편이어서 힘 있는 자들이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양인이건 천민이건 힘 있는 자는 힘을 쓰고 싶어하는 거란말예요. 관장을 능욕할 수도 있고 또 사람들을 모아서 관에 쳐들어갈 수도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아예 제거해 버리는 거예요. 예컨대 임꺽정은 어려서부터 힘이 좋기로 소문났다고 하는데 일설에 의하면 임꺽정도 허리쪽지를 꺾어버리려고 했는데 이게 잘 안되어 나중에 그 유명한 ‘도적놈’이 됐다고 합니다. 홍경래 난 때 선봉장으로 맹활약을 한 이팔이라는 사람도 허리를 꺾일 뻔했어요. 그와 같이 조선에서는 힘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면 ‘제 명에 못산다’는 얘기를 듣던 사회였지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왕조나 양반사회를 유지시키는 데 큰 효과를 가질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히 나약한 나라가 되어서 임진왜란이라든가 병자호란이 나면 제대로 싸움 한번 못한 채 처참한 패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고려시대까지는 그렇게까지 패배한 적이 없었거든요.
조선이 망할 때도 그랬지요. 의병들은 잘 싸웠다지만, 한 나라가 나라를 빼앗기는 문서에 도장을 찍고 정부 또는 국가 차원에서 싸움 한번 못한 채 망한 나라는 조선이라는 나라 외에는 드물단 말예요. 물론 마지막 황제 순종이 판단능력도 없는 사람이고 대신이라는 자들이 거의다 매국노였고 지배층이 썩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 민중들은 재야 지도자와 함께 의병을 조직해서 줄기차게 싸웠지요. 하여튼 참으로 처참하게 일본에게 나라는 뺏겼는데, 여기에는 무장력에 대해서 너무 소홀히한 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조선왕조는 철저한 ‘글의 나라’ 였기 때문에 5백 년이나 갔지만 싸우지 않고 나라를 빼앗기는 수치를 우리 민족에게 안겨줬습니다. 이 때문에 의병장과 독립군은 더욱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하고, 우리가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