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동반자
나침반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알려주는 간단한 기구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다. 등산을 갈 때, 특히 여러 곳의 정해진 지점을 통과해야 하는 오리엔티어링을 즐기려고 할 때 우리는 지도와 함께 반드시 나침반을 지참한다.
요즈음엔 흔히 자동차에도 나침반을 장착하여 운행 중 방위에 대한 정보를 바로 얻는다. 자동차로 지방을 다닐 때 보통은 미리 지도를 보아 목적지의 위치가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또한 얼마를 달려야 하는지를 대략 알고 출발하지만 처음 보는 도로를 한참 달리다보면 방향을 잃을 수가 있다.
해가 떠 있는 낮 동안에는 해의 위치를 보고 대략적인 향방을 잡을 수 있고, 구름이 없는 청명한 밤에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등 별자리를 집어가며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아닌 흐린 날 전혀 지형을 알 수 없는 곳에서는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나침반이 있으면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나침반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방위의 정확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자리에 서서 주위에 보이는 움직이지 않는 대상물 두 개를 골라 하나의 대상물을 기준으로 잡고 다른 대상물의 방위를 나침반으로 알아보았다. 한 번의 측정이 끝난 다음 나침반을 흔들어 다시 측정해보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위는 바로 전에 읽었던 값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이 실험을 몇 번 되풀이해보아도 역시 계측되는 값은 매번 조금씩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로부터 우리는 나침반의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나침반이란 바늘 모양으로 만든 자석을 나침반 가운데에 세운 지주에 마찰이 최소가 되게 연결하여 바늘이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게 만든 기구로 나침반의 바닥에는 동서남북의 방위가 표시되어 있다. 자석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다. 요즈음 메모지를 자석으로 철판 벽에 붙여놓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특히 기억해야 할 생활정보가 많은 주부들은 여러 장의 메모지를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놓는다. 식구 중에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메모지에 덧붙여 자석이 달린 병따개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자석이란 철을 끌어당기며 주위에 자기장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모든 물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량의 자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철 니켈, 코발트가 강한 자성을 지니고 있다. 철은 지구에 다량으로 부존하고 있어 값이 싸고 강성이 좋아 금속제품의 원료로 쓰이며, 자석은 자성을 지닌 철, 자철광으로 만든다. 자석은 철을 끌어당기는 성질 때문에 철성분이 들어간 많은 금속제품에 가까이 가면 짝 달라붙는다.
요즘엔 문구점에서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자석을 쉽게 구입할 수있지만, 그렇지 못했던 옛날에는 못을 바위에 문질러서 자석을 만들었다. 심지어는 전차나 기차의 선로 위에 못을 올려놓고 전차나 기차가 지나간 다음 급히 달려가 튕겨나간 못을 찾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자석을 만들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철제품에 이런 식으로 충격을 가해 철의 결정구조가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자기화된 자석을 갖고 놀았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자석의 모양이 병따개처럼 둥글지 않고 기다란 경우에는 자석의 끝이 각각 남과 북의 극을 갖게 된다. 그래서 기다란 자석 두 개를 서로 가까이 대서 극이 같으면 서로 끌어당기고, 극이 다르면 서로 밀어내는 현상을우리는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나침반에 들어 있는 바늘자석이항상 남북 방향을 가리키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역으로 지구의 양극이 남북의 자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추론해낼 수 있다. 즉, 북극은 자석의남극에 해당하고, 반대로 남극은 자석의 북극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침반의 도래
지구의 자성은 시간과 위치에 따라 변하지만 평균적으로 0.5 가우스로 미약한 양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성의 단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보통 테슬라와 가우스를 사용하며, 1 테슬라는 1만 가우스에 해당한다.또한 지구 자성의 극은 지리적 남북극과도 11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는1600년 길버트 경이 처음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앞에 서 설명했는데, 지난 1억 7천만 년동안 300번이나 역전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지구의 방위를 측정하기 위해서 인류역사상 나침반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중국인임에 틀림없다.
테슬라와 가우스
자기장의 세기를 평가할 때 흔히 쓰는 단위는 가우스(G)와 테슬라(T)이며, 1T는 10,000G에 해당한다. G는 독일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 T는 세르비아계 미국인 과학자 니콜라테슬라(1856~1943)의 이름에서 각각 유래한다. 500A가 흐르는 전선으로부터 1m 떨어진 지점에 형성된 자기장을 1G로 정의하며, ImG = 0.1mT = 80mA/m이다. 가우스(G)는 주로 미국 등지에서 사용하는 반면에 테슬라(T)는 주로 유럽 등지에서 사용한다. 지구 자기장은 0.3~0.6G 정도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자석 중 가장 강력한 스피커에 있는 자석이 300~500G이며, MR(자기공명영상장치) 기기에서는 초전도체 자석에 의한 15,000G(1.5T) 내지 30,000G(3.0T) 정도의 자기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나침반이 처음 언급된 문헌은 기원전 4세기에 저술된 귀곡자로 알려져 있다. 원전이 망실되고 다만 다른 문헌에 언급되어 전해 내려올 뿐이어서 이를 접어두면, 기원 후 83년에 저술된 논형이 가장 오래된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나침반을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사람의 형태는 ‘북두를 닮은 구기 모양을 취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묘사된 사람은 유명한 한대사남의 국자 모양과 일치한다. 즉, 한대사님의 자반에는 방위가 표시되어 있고 자반 가운데에 국자 모양의 자석이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자반의 방위는 낙랑에서 출토된 지반을 보고 복원하여 만들었다고 하여 나침반이 한반도에서 도래되었다는 주장의 한 가지 근거가 되고 있다. 중앙에 놓은 국자 모양의 자석
한편 지남차가 중국의 고대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방향을 표시하는 수레를 의미하며, 여기서는 지남거로 읽기로 한다. 진서에서는 지남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남기는 일명 지남거인데 네 필의 말이 끌고, 그 아래 모양은 3층의 누각과 같다. 네 모퉁이에 금룡이 깃을 물로 지지하고 나무를 깎아 선인을 만들어 깃옷을 입혀서 수레 위에 세 있는데, 수레가 비록 회전하더라도 그 손은 항상 남쪽을 가리키며, 임금의 수레가 행차할 때에도 선도하는 수레가 되었다.
우리가 즐겨 읽는 삼국지에도 지남거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즉, 제갈공명은 전장에 나갈 때 이지남거를 대동하여 양국의 군사와 말발굽 때문에 삼십리에 걸친 하늘이 먼지에 덮여서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을 때에도 지남거를 이용하여 방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신출귀몰한 작전을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지휘할 수 있었다는 대목이다. 송대에 내려오면 지남거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문헌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문헌들에 의하면 지남거는 양 바퀴가 회전을 달리하더라도 차동장치에 의하여 수레 위 선인의 방향을 항상 남쪽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즉, 오늘날 나침반의 기능을 한 단계높인 자이로스코프gyroscope의 원리가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나침반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확도가 떨어지고 움직이는 물체의 가속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철 성분을 지닌 물체 근처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고,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차가 누적되는 문제점이 있다. 선박의 경우 중세의 목선에는 나침반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지만 강선이 나타나면서 철 성분에 영향을 받는 나침반은 그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동 속도가 빨라 순간적으로 정확한 방위가 필요한 항공기에 는 이동체의 가속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밀도가 높은 나침반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자이로스코프가 발명되었다. 1850년대에 프랑스의 과학자 푸코가 모든 방향으로 회전이 자유로운 바퀴를 김벌링에 설치하고 실험적으로 입증한 다음 이를 자이로스코프라 부른 데에서 연유한다. 그 후 많은 공학자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자이로스코프를 개발하였는데, 오늘날에 쓰이는 실용적인 자이로스코프는 1911년 스페리 Sperry Gyroscope가 창안한 제품에 기반 한다.
나침반에 대한 기록이 이렇게 풍성한 반면 이 글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항해용 나침반에 대한 기록은 비교적 드물고, 특히 그 시기가 11세기로 껑충 뛰어넘어와야만 한다. 중국에서 사용되었던 항해용 나침반에 대해서는 11세기 말 송나라 심관이 저술한 「몽계필담집대성되에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바늘자석을 물이나 손톱 또는 주발 위에 올려놓는 등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바늘을 문질러 실에 매달면 비록 정남은 아니지만 약간 동쪽으로 치우친 남쪽을 향하므로 가장 쉽게 남향을 알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어서 12세기 초에 저술된 평주가담항해에 대한 설명으로 밤에는 별을 관측하고 낮에는 해를에는 관측하되, 흐린 날에는 지남침을 사용한다.”라고 기술하고 있어 ‘침경항법’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항해용 나침반은 어째서 11 세기에 와서야 사용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나침반은 육지보다는 오히려 망망대해에서 더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육지에서 사용한 시기보다 1천 년 뒤에야 바다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보아 나침반은 이 기록보다 훨씬 전부터 항해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가정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중국인과 아라비아인들은 이미 당나라 때 광동지방으로부터 말라카해협을 지나 인도양을 항해하였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비록 연안을 따라 지문항해를 했다 하더라도 나침반 없이 장거리 항해를 했다고는 믿기 어렵다. 이에 대한근본적인 원인은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대륙문화가 지배적이고, 해양활동을 직접 경험한 지식인층이 거의 없어 이에 대한 기록이 드물었던 동양역사의 일반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나침반은11세기 후반, 중국에서 항해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현재까지의 공식기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후 12세기에 들어와서는 항해용 나침반에 대한 기록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우리 한선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있는고려도경들 수 있다. 이 책은 북송사람 서긍이 고려 인종 원년을(1123년)에 고려를 다녀와 저술한 책인데, 항해 기록을 적은 제34 해도 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만약 날이 어두우면 지남부침이용한다. 지을남부침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에서 인용한「몽계필담」에서도 그 사용법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항해용으로 이미 널리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항해하는 선박 위에서는 수평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물을 채운 용기에 자석바늘을 놓아 남북을 파악하지않았을까 추정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