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의 중요성에 대하여

앞선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인은 일찍부터 고유한 선형중의 하나인 정크선을 타고 광동에서 복건성을 지나 산동반도에 이르는 중국 연안은물론 동남아를 돌아 페르시아만까지 교역하였다. 이에 대하여 동양사학자인 전 주일대사 라이샤워 박사는 서양의 십자군이 오스만 터키에 막혀 페르시아만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있을 때 페르시아만에서 중국 연안까지는주로 아라비아와 중국 상인들이 해상로를 지배하였고, 장보고 대사는 그틈새인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잇는 동중국해를 지배하였다며, 그를해상 무역왕으로 높게 평가하였다. 장보고 대사의 교역선은 지금의 완도인청해진을 중심으로 중국의 산동반도와 일본 규슈의 하카다(지금의 후쿠오카)를 잇는 해양 교역로를 지배하였는데, 장보고 선단은 당시 중국의 수도장안에 이르는 출발점인 양주에서 중국인은 물론 아라비아 상인과 국제 교역을 하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나침반을 접하고, 교역선의 운항에 활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항해는 1403년에 시작하여 일곱 차례에 걸친 ‘정화의 대항해’로 정점에 달한다.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나침반은 자연스레 페르시아만으로 전파되었고, 이어 서양으로 전해져 14세기 초에는 이탈리아에서 나침반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서양은 나침반을 이용하여 15세기와 16세기에 대항해시대를 열었는데, 특히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이루어진 대탐험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기에 충분하였다.

예를 들어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가 타고 간 산타마리아호는 돛이 세 개인 캐랙선으로 적재량이 대략 100톤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 뒤 7년 후에는 산타마리아호와 같은 선형이지만 배수량이 400톤에 이르는 대형 캐랙션 가브리엘호를 타고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양 항로를 개척함으로써 서양이 본격적으로 동양을 지배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한편 마젤란은 트리니다드를 모선으로 1519년에 출항하여 3년간세계를 일주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17세기에 들어오면 서양 범선들은 탐험선과는 달리 1천 톤이 넘는 대형선이 되어 본격적으로 동양에서 물자를 나르기 시작했다. 서양은 이를 통하여 부를 축적하고 국력을 왕성히 하였으며, 끝내는 동양을 그들의 식민지로 지배함으로써 지난 중세와 근세 및 현대를 걸쳐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찍이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류의 3대 발명품으로 문헌 공급을 위한 인쇄술과 전쟁용 화약, 그리고 항해용 ‘나침반’ 을 들었다.

항해의 중요성은 역사상 인류의 위대한 업적중 하나로 간주되는 실크로드와 운송 용량을 비교해봄으로써 극명해진다. 예를 들어 실크로드를다니는 낙타 한 마리가 실어 나르는 화물의 무게는 대략 인간의 평균 몸무게에 해당하는 60킬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는데, 17세기 서양 화물선의 적재 하중은 대략 1,000톤 정도이다. 따라서 배 한 척이 실어 나르는 화물은 낙타 1만 6천여 마리가 실어 나르는 물량과 맞먹는다. 낙타 백 마리 이상을 끌고 가는 대상조차 상상하기 어려우니 그 비교의 의미에 대하여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나침반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한 의문이다. 나침반을 한자로 쓰면이 되는데, 첫 자인를 제외한 盤은 곧 이해가 된다. 왜냐면 높은 바늘을 그리고 많은 음식을 올려놓는 쟁반 또는 물건을 올려놓는 제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들 글자 앞에 자가 붙었는지 알 수가 없다. 국어사전이나 역사서를 찾아보아도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나침반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는 달리 고려 때 송나라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설에 의하면 처음에는 신라침반으로 부르다가 줄여서 나침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위에서 여러 차례 설명한 바와 같이 나침반을 지남침이라 부르는데, 중국어로 지남은 방위를 의미하므로 지남침의 뜻은 자명하다. 만약 나침반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서 들어왔다면 지남침 또는 사남침으로 불렀을 가능성이 높은데 왜 자가 붙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세상을 바꾼 오늘날 나침반의 모습은 옛 영광을 잃고 좀 궁색해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전자통신기술의 발달로 위성에서 발진하는 시간과 3차원 위치정보를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운영하는 GPS가 대표적이며, 러시아의 GLONASS와 유럽연합의 GALILEO도 범세계적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INMARSAT이 GPS와 GLONASS를 모두 활용하여 항해를 위한 맞춤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휴대폰 크기만 한 GPS수신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미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GPS는 적도위 20,200킬로미터 상공을 지나는 여섯 개의 궤도상에 각 궤도마다 최소 여섯 개의 위성을 배치하여 지구상 대부분의 위치에서 최소한 여덟 개의 위성으로부터 보내지는 주파수 1227.6M의 신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GPS는 미군과 미국정부가 허용하는 특정인만 사용할 수 있는 신호체계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일반용 신호체계로 나누어져 있다. 일반용 신호의 경우 의도적 잡음으로 인하여 위치 측정의 오차가 매우 컸는데 2000년 5월부터는 이 잡음을 제거하여 오차가 20밀리미터 이내로 크게 줄었다. 게다가 최근엔 위치 오차를 한층 더 줄이기 위해 교정용 기지의 정보를 이용하는 DGPS기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위치 오차를 1밀리미터까지 줄일 수 있다.

결국 나침반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되겠지만 그 용도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나침반은 GPS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으로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깊은 물속에서 사용될 것이다. 잠수함같이 규모가 큰 잠수체에는 정밀도가 높은 자이로스코프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보통의 나침반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잠수정의 항법기기로 사용될 것이다.

Leave a Comment